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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세상

트럼프 "데이터 유통 제한 말라" 시진핑 "시장서 차별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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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오전 11시 30분 일본 오사카에서 무역 분쟁을 놓고 210일 만에 마주 앉는다. 글로벌 총생산의 40%를 차지한 양강(G2)의 무역 담판이 휴전이 될지 아니면 결별 선언이 될지를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담판을 하루 앞둔 28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프로그램인 디지털 경제 규범 제정을 논의하는 ‘정상 특별이벤트’에서 부딪혔다. NHK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염두에 둔 듯 “국가를 넘는 데이터 유통 등을 제한하는 움직임은 무역을 방해하고, 프라이버시나 지적재산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반대한다”며 “미국은 디지털 경제의 미래가 모든 사람의 이익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각국의 자주적인 관리권을 존중하고 데이터의 질서 있는 안전 이용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반박했다. 시 주석은 이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겨냥해 “공평·공정하고 차별 없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만 한다. 서로 강점을 보완하고 함께 이익이 되는 협력을 진전시켜야만 하지, 문을 닫고 발전하거나 인위적으로 시장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렌디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에서도 화웨이를 겨냥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미국은 화웨이에도 많은 부품을 팔 정도로 화웨이보다 훌륭한 많은 회사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는 인도가 어떻게 여기에 맞출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가 화웨이 장비 대신 미국 회사 장비를 구매하라는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와 5세대(5G) 통신 장비 제조와 관련한 매우 큰 무역 합의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시진핑 주석이 이달 6일 화웨이를 앞세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ㆍ러 5G 동맹을 체결한 데 대해 미국은 인구 13억 인도와 반(反)화웨이 5G 동맹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미ㆍ중 정상 담판에 앞서 중국 관리들이 무역협상 재개의 첫 번째 조건으로 화웨이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중국 관리들은 화웨이 제재 해제와 더불어 현재의 징벌적 관세 철폐와 연간 30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상품 추가 수입 요구의 철회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측은 지난 4월 90% 수준의 합의에 도달했다가 중국이 결렬시켰던 지점에서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美 협상대표 "미·중간 '공평한 합의'란 없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와 지난 24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균형 잡힌 합의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고 NBC방송이 보도했다. 중국의 ‘공평한 합의’ 요구에 라이트하이저는 다양한 중국의 지재권 침해 사례까지 들면서 “(미ㆍ중간) 무역에서 균형이란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이 많은 지식재산권 침해로 현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발생한 연간 500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시정하는 합의가 공평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반면 류허 부총리는 “미ㆍ중 합의문은 균형이 잡히고 중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게 표현되고, 중국의 주권과 존엄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한다. 양국 무역협상 대표 간 사전 접촉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조치 등 주요 합의의 입법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입법은 주권 사항이라는 중국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셈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전날 블룸버그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전했던 양국의 무역갈등 휴전 합의 보도에 대해 “그런 얘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두 정상 간 회담에 앞서 어떤 구체적인 합의로 만들어진 게 없다”며 “필요하다면 우리는 추가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안 되면 상당한 수준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던 발언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결국 사전 합의 없는 양국 담판의 결과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개인적 관계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 측 전제조건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결적 어조로 말하기보다 이란과 북한 등 안보 문제에서 중국의 도움을 포함해 최적의 미ㆍ중 관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로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대화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데 기쁘다고 했다”며 “내일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거나 중국이 앞으로 좋은 합의를 제안하면 우리의 입장을 바꿀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세계 경제를 볼모로 한 무역 전쟁을 중단할 돌파구를 만들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두 나라 모두 회담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 전쟁의 결과로 글로벌 경제가 악화하고 있으며 이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지지도를 위기로 모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국내 리스크를 고려해 결국 양 정상이 정치적 결단으로 휴전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두 정상은 ‘아르헨티나 담판’에서도 일시적 휴전을 택했다. 당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을 유예한다고 밝혔고, 시 주석은 상당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면서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90일간의 협상 유예 기간을 더 두면서 한발씩 양보 카드를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