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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세상

조종사수 부풀린 저가항공 - 훈련생이 조종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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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의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혹사 문제로 항공기 승객 안전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저가항공사 7곳 중 4곳이 정부가 권고하는 항공기 1대당 조종사 수 권고 기준(12명)을 밑도는 조종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저가항공사는 정식 기장이나 부기장이 아니라 실제 비행 투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훈련생을 조종사에 포함해 항공기 허가를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안전을 위해 항공기 1대당 조종사 수 권고 기준을 마련한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편법 신청을 승인해온 것으로 나타나 국토부가 항공기 승객 안전관리 문제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행 수요 증가에 맞춰 무분별한 운항 확대에 나서는 항공사와 기준 준수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국토부 간 짬짜미 의혹도 제기된다.


12일 국토부가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저가항공사(LCC)별 여객기 대수 현황 및 조종사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인천 등 국내 저가항공사 7곳 중 항공기 1대당 조종사 수 정부 권고(항공기 1대당 12명=기장 6명+부기장 6명)를 준수한 항공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5곳이다. 에어부산(10.4명)과 에어인천(11명) 은 권고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이는 항공사별로 많게는 90명에 달하는 훈련생을 포함한 결과다. 훈련생은 기장이나 부기장 형태로 실제 조종에 투입될 수 없다. 훈련생을 제외한 실제 조종사로 계산하면 에어서울을 포함한 4곳이 권고 수준에 미달하는 조종사 인력을 운영하고 있었다. 


총 6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에어서울의 등록된 조종사 수는 109명으로 대당 18.2명에 달하지만 39명의 훈련생을 제외하면 실제 비행이 가능한 조종사 수는 11.7명으로 급감한다. 에어부산의 등록된 조종사 240명 중 30명(12.5%), 이스타항공의 226명 중 39명(17.3%)은 훈련생으로 이들을 제한 두 항공사의 대당 조종사 수는 각각 9.1명과 11.9명에 그친다. 



국토부가 '항공기 한 대당 12명'이라는 숫자를 권고한 것은 운항 승무원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비행할 수 없는 허수가 포함됨으로써 자연스레 '자격 있는' 조종사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저가항공사 기장은 "장거리 노선의 경우 조종사 한 세트(기장 1명·부기장 1명)가 비행 시간을 다 채우면 기내에 탑승한 또 다른 세트가 교체해 착륙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라며 "훈련생이 비행에 투입되지 않지만 사실상 허수이기 때문에 업무가 과중된다"고 설명했다. 훈련생들을 이용한 LCC들의 '조종사 머릿수 채우기' 현상은 사회적 비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기 조종사 인력 부족 문제가 수차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데다 국토부 등에서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는 형식을 취하겠다는 의도다. 



법조계 관계자는 "엄격한 규정이 아니라 준수해도 그만이고 그러지 않아도 그만인 권고안 형태로 항공기당 조종사 규모 기준을 운영하는 것은 국토부와 항공사 간 짬짜미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훈련생을 포함한 조종사 수를 세분화한 자료를 항공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각 항공사의 상황을 고려해 세부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지난해 각각 5대와 3대, 이스타항공은 2대를 신규 등록했다. 원활한 조종사 인력 수급을 위해 부기장급 인력 집중 육성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국토부 입장과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조종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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