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드론'이 현실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공격당해

4일(현지 시각) 오후 5시 30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장.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을 때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TV 중계 카메라 영상이 함께 흔들렸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와 고위 관리들이 놀란 듯 위를 쳐다보는 모습이 생중계됐고 이내 화면이 끊겼다. TV에선 '대피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섞여 마두로 대통령이 연설하는 음성만 계속 흘러나왔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장관은 사고 직후 "대통령 연설 도중 인근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 여러 대가 폭발했다"며 "마두로 대통령은 다치지 않았고 안전한 상태지만, 국가방위군 7명이 다쳤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방송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경호원들이 연단으로 뛰어올라 검은 방탄 패널로 마두로 대통령을 둘러싸 보호하는 모습, 한 군인이 피가 흐르는 머리를 움켜잡고 대피하는 사진이 사건 후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이날 오후 9시쯤 마두로 대통령은 TV에 출연해 대국민 연설을 했다. "베네수엘라의 우익 집단들이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로, 그 배후에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콜롬비아 대통령)가 있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중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정권인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우파 정권인 이웃 나라 콜롬비아를 암살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이번 공격에 자금을 댄 사람의 일부는 (미국) 마이애미에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러 단체와 싸울 용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콜롬비아가 베네수엘라에서 테러를 일으켰다는 비난이다.

4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장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검은 방탄 패널로 마두로 대통령을 감싸고 있다.

"대통령을 보호하라" - 4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식장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경호원들이 검은 방탄 패널로 마두로 대통령을 감싸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 '펑'하는 폭발음이 났다. 사고 직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행사장에서 폭발물을 실은 드론 여러 대가 터져 군인 7명이 다쳤다" 밝혔다. /신화 연합뉴스

콜롬비아는 마두로의 주장을 근거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마두로 정권 자신이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암살 기도는 지난해 몇 년간 수차례 이어졌지만 드론을 이용한 암살 시도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날 사건이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마두로 대통령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대해 베네수엘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드론 폭발 방법 등이 너무 아마추어적이어서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티셔츠를 입은 군인 행동'으로 불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가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사람들이 굶주리거나, 병자에게 약이 없거나, 화폐 가치가 전무하거나, 교육 시스템이 교육은 하지 않고 공산주의만 세뇌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단체의 정체와 실제 공격을 주도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13년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고수하며 경제를 파탄 내 지난해부터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다. 그러나 '제헌의회'라는 초헌법적 조직을 만들어 기존 의회를 무력화하고, 지난 5월 조기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해 2025년까지 집권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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