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 협의에서 남측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예정된 시간보다 2, 3분 늦게 나타났다. 북측 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대뜸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고장 난 시계 때문”이라는 조 장관의 해명에 리 위원장은 “자동차라는 게 자기 운전수를 닮는 것처럼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교 현장에서 북측 인사들이 툭툭 던지는 도발적이고 무례한 언어는 서방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5월 ‘리비아식 핵 포기’를 언급한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해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CNN 등 외신들은 이를 전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리 위원장은 지난달 19일 평양정상회담에 동행한 우리 측 기업 총수들과 함께 식사하면서도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남북 경협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해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리선권이 평소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다. 발언이 무례해 보여도 정황상 기분 나쁘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냉면 소화가 잘 됐을지 궁금하다. 유명한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때도 북측 박영수 단장은 남측 송영대 대표에게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다. 송 선생 당신도 살아남지 못해!”라고 협상 상대의 목숨까지 운운했다. 협박과 공갈을 협상 전술로 쓰는 북한의 행태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내놓은 ‘우리 당의 언어정책’에 따르면 “말과 글은 사람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며 혁명과 건설의 힘 있는 무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니 “문재인 대통령의 혓바닥을 응징하겠다” “늙다리 미치광이 트럼프를 지옥의 기름 가마에 처넣어야 한다” 등 노동신문이 쓰는 언어는 욕만 섞지 않았을 따름이지 선동을 넘어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대개는 궁지에 몰릴수록 과격해지고 말을 함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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