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질문 속에는 세상만사가 담겨 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철학이나 과학 질문들도 많아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조연순 이화여대 사범대 명예교수(70·여·오른쪽 사진)는 2013년 정년퇴임을 한 뒤 지난해까지 손녀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데리고 다녔다. 두 살 때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치원 귀갓길에 함께 한 할머니에게 아이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사랑과 가족, 삶과 죽음 등 분야도 다양했다. 그가 펴낸 ‘손녀와의 대화’(1만2000원·학지사)는 아이의 질문을 아동 발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조부모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담은 책이다.
조 교수는 “손녀의 질문은 신비 그 자체였다. 평소 어른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린 것들을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의 “나무는 마음이 있어?”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유치원에서 ‘인간의 몸의 구조’를 배워 식물과 연관지은 것. 결국 조 교수는 책을 살펴 가며 나무의 구조까지 공부했다. “엘리베이터에 나중에 탄 사람이 왜 먼저 내리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먼저 탄 사람이 먼저 내려야 한다’는 질서의 개념을 엘리베이터 층수에 연관지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높이에 관한 실제적 감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1층에서 직접 층수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손녀가 두 살까지 외할머니 밑에서 자란 탓에 친할머니로서 손녀와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처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는 손녀가 나오기를 거부한 적도 많았을 정도. 그런데 손녀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한 세 살이 되고 난 후부터는 집에 오는 길에 호기심 담긴 질문이 시작됐다고 한다.
조 교수는 “요새 자녀의 육아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조부모들이 아이의 질문을 귀찮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올바른 아동 발달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밖의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S10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물이나 흙 묻은 손도 'OK' (0) | 2018.12.12 |
---|---|
한국당 새 원내대표 나경원 (0) | 2018.12.12 |
인도 갑부 딸 결혼식에 세계 거물 집합···이재용도 참석 (0) | 2018.12.11 |
택시기사 분신, ‘카카오 카풀’ 반대하다 결국...검게 탄 운전석의 처참한 흔적 (0) | 2018.12.11 |
반도체 경기도 얼어붙었다-삼성·SK, 반도체 장비 투자 줄줄이 미뤘다 (0) | 2018.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