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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세상

달리는 6호선 열차에 '웃는 고양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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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6호선 열차 6037호 맨 앞 칸 흰 벽에 유성 펜으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남산타워와 태극기와 한강이 순차적으로 완성됐다. 그림 한편에 스프레이 통을 들고 있는 웬 고양이 한 마리도 등장했다. "'자유의 여신상'처럼 그렸다. 그라피티(graffiti)는 자유니까." 프랑스 그라피티 작가 토마 뷔유(42)가 말했다. 승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지하철 6호선 열차 내에서 라이브 드로잉을 펼친 토마 뷔유(오른쪽). "나는 섬세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처음엔 좀 두려웠다. 나중엔 좋아졌지만." /남강호 기자

그는 5년 전 파리 교통공사로부터 고소당한 적이 있다. 지하철 역내에 '고양이' 낙서를 해 공공시설을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그랬던 그가 12일 오후 서울의 달리는 열차 내에서 공개적으로 '고양이 낙서쇼'를 펼친 것이다. 이 열차 1량의 그림은 영구 보존 방안이 검토된다. "예전엔 밤에 몰래 그리고 도망다녔다. 보통은 경찰이 나를 잡으러 다녔는데 한국에서는 이토록 환영해주니 예술가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지난 8일엔 서울지방경찰청 초청으로 드로잉쇼를 진행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16일부터 5월 13일까지 열리는 첫 국내 개인전 '무슈샤 고양이'를 위해 방한했다. '무슈샤'는 프랑스 남성 호칭 '무슈(M.)'에 고양이를 뜻하는 '샤(Chat)'를 붙인 고양이 캐릭터다. 유화 60점, 드로잉 100점 등에 활짝 웃고 있는 고양이가 들어가 있다. 한국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도 5점 전시된다. "서울은 나를 '피슝' 달로 보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서울 시민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건네고 싶다."


15세 때부터 그라피티를 했다. "아주 옛날부터 인간은 동굴 벽에 그림(그라피티)을 남겼다. 그라피티는 '내가 여기 있다'는 매우 자기 표현적인 예술 방식이다." 1997년 대학 시절 마주친 한 파키스탄 소녀가 그린 고양이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고양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이빨 좀 봐라' 하듯이. 웃음은 언제나 가장 중요하다."


이후 담벼락, 자동차, 논밭 등을 가리지 않고 고양이를 그렸다. 프랑스 유명 영화감독 크리스 마르케가 2004년 그의 고양이 벽화를 추적한 영화 '숨은 고양이 찾기'를 발표했을 정도다. 그해 퐁피두센터 광장에 그의 초대형 고양이가 그려졌다. 속속 제도권 전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다른 거리의 화가들처럼, 그의 벽화 역시 캔버스로 옮겨져 미술관에 걸리고 유명 상업 브랜드와 활발히 협업한다. "나는 변함없이 화가이고 그저 따뜻함을 나누기 위해 그린다. 활짝 웃는 고양이를 통해 전 세계에 평화와 자유를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