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월 5일
통금 해제 첫날 0시 17분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간 통행금지(통금)'. 30대들에게도 생소한 용어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심야에는 일반인들의 통행을 금지하는 제도인데 1945년 9월 8일 시작돼 1982년 1월 5일 폐지됐습니다. 만으로 36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유지된 제도입니다. 통행금지 시간은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였습니다. 치안유지의 이름으로 시행된 전근대적인 제도입니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 시대에 실시된 적이 있습니다.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에 간혹 등장하던 '인정(人定)이나 '파루(罷漏)'가 통행금지와 관련된 단어입니다.
'인정'은 밤 10시께 쇠북을 스물여덟 번 치는 일이며, '파루'는 새벽 4시께 쇠북을 서른세 번 치던 일을 말합니다. 인정을 치면 도성의 문이 닫히고, 파루를 치면 문이 열립니다. 아래는 인정과 파루를 시행하던 서울 종로의 보신각입니다.
조선 시대 통금은 초기부터 말까지 거의 왕조 내내 유지됐습니다. 고종 32년인 1895년 폐지됐다고 하니 조선을 유지한 근간이 되는 제도였던 듯합니다.
통금은 광복 후 미군정 통치 아래에서 치안유지를 이유로 부활했습니다. 제도는 점점 더 공고해졌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도를 폐지한 것은 군사정권이었습니다. 제5공화국 탄생 후 전두환 대통령은 1981년 12월 폐지 건의안을 상정했고, 다음 해인 1982년 1월 5일 국무회의에서 정식 가결했습니다.
통금은 공공질서 유지, 질서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근간에 사상통제, 행동통제를 위한 억압이 숨어 있습니다.
그럼 통금 폐지 전후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겠습니다.
통행금지 해제 직전의 서울 도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행금지 해제 직전인 1981년 12월의 늦은 밤 서울 도심입니다.
귀갓길을 서두르는 시민들이 택시 잡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요즘 밤마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서울 강남역 일대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해제 전날 단속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금 해제 바로 전날, 경찰이 단속하는 모습입니다. 공무원 등 신분상의 이유로 야간통행이 허용된 사람은 증명서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해제 첫날 [연합뉴스 자료사진]
드디어 해제 첫날 모습입니다. 서울시청의 시계가 0시 1분입니다.
해제 첫날 [연합뉴스 자료사진]
0시 2분의 모습입니다. 대중교통과 자가용 승용차가 시청 앞을 달리고 있습니다.
해제 며칠 뒤 포장마차 등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제 며칠 뒤 발 빠른 한 상인이 서울 명동에 포장마차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해제 후 변화된 세태를 보여주는 뉴스라 이 모습을 사진으로 취재해 남겼습니다.
도심의 시민들
자정을 막 넘긴 시간, 호기심에 가득 찬 시민들이 도심 거리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연행되는 취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때나 지금이나 취객은 늘 말썽입니다. 통금 해제에 들떠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던 한 취객이 연행됩니다.
해제 1년 뒤 서울 도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통금 해제 약 1년 뒤 서울 광화문 일대 상가 모습입니다. 캄캄하던 도심을 밝힌 간판들 아래로 시민들이 북적입니다.
서울 명동입니다. 요즘처럼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통금 해제 후의 모습은 아니고 197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일시적으로 해제한 모습입니다. 통금 해제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통금은 우리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조급증, 안전불감증, 택시 합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통금 폐지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교복폐지, 컬러TV 도입 등과 함께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추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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