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최고로 치는 버섯은 가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송이다. 송이에서 풍기는 은은하고 아련한 솔향기를 맡기 위해 식도락가들은 거금 치르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섯은 송로(松露)버섯이라고도 부르는 트러플(Truffle)이다. 흔히 프랑스의 3대 진미를 얘기할 때도 푸아그라나 달팽이에 앞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트러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나지 않아 모두 수입한다. 호텔 등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트러플을 넣은 소스 정도는 맛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트러플 요리는 없는 것 같다.
관세품목분류상 송로버섯이라고 되어 있으나, 소나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 자라는 이 버섯은 극히 못생겼고, 육안으로는 돌멩이인지 흙덩이인지 구분도 어렵다. 땅속에서 채취한다면 식물 뿌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버섯류다. 종균은 5~30㎝ 땅속에서 자라며 더러는 1m 깊이에서까지 발견되는 수도 있다. 트러플 사냥꾼은 개와 돼지다. 10월이 되면 채취를 시작한다. 훈련된 개들을 데리고 (과거에는 돼지가 이용되기도 했으나, 차에 싣고 다니기가 번잡하여 요즘에는 대부분 개가 쓰임) 한밤중 떡갈나무 숲으로 나간다. 후각 집중력이 밤에 더 발휘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 장소를 알리지 않으려는 뜻에서다. 트러플이 있는 장소를 발견하면 개들은 갑자기 부산해지며 앞발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이때 주인은 개에게 다른 먹이를 던져주어 주의를 돌리고 고대 유물 발굴하듯 조심스럽게 손으로 땅을 파서 꺼낸다.
야성적 숲의 향기와 신선한 땅 내음을 지닌, 비밀스럽게 땅속에 숨겨진 이 버섯은 호두알만한 것부터 자그마한 사과 정도까지 다양한 크기인데, 인공재배가 안 되고 생산량도 적어 희소성이 높다.
로마제국 시대부터 식용했고,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 식탁에도 즐겨 올려졌다. 모두 30여 종이 있는데 그중 프랑스 페리고르산 흑색 트러플(Tuber Melanosporum)과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흰색 트러플(Tuber Magnatum)을 최고로 친다. 프랑스 흑색 트러플은 물에 끓여 보관해도 향기를 잃지 않으나 이탈리아 흰색 트러플은 날것으로만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의 페리고르(Perigord) 지역에서 나는 검정 트러플은 겉과 속이 까맣고 견과류처럼 생겼는데 특유의 진한 향을 가지고 있다. 흰 트러플은 이탈리아의 알바(Alba)와 피에몬테 지방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치는데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주로 날것으로 아주 얇게 썰어서 샐러드와 같은 요리에 이용하며, 이 흰 트러플은 강하고 우아하면서도 원초적인, 형용할 수 없는 냄새를 지녀 같은 크기의 검정 트러플에 비해 서너 배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 또한 그 냄새와 가격으로 생기는 많은 사건들로 인해 이탈리아에서는 흰 트러플을 휴대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프랑스 트러플을 이용한 가장 전통적인 음식은 이를 넣은 거위 간 파테이며 수프, 송아지고기나 바닷가재 요리에 넣기도 한다. 누벨 퀴진(현대식 프랑스 음식)으로 각광받은 폴 보큐즈가 개발한 트러플 수프는 단순한 부용(국물)에 트러플과 거위 간을 얇게 썰어 넣은 것이었다. 날것으로 제맛을 내는 이탈리아 흰 트러플(실제는 엷은 갈색을 띰)은 샐러드를 만들거나 대패나 강판 같은 기구로 아주 얇게 켜서 음식 위에 뿌려 먹는다. 트러플을 넣어 먹을 요리는 그 맛이 단순한 것일수록 좋다. 그래야만 트러플 맛도 살고 요리 자체 맛도 살아나기 때문이다. 트러플은 애피타이저, 샐러드, 수프, 소스, 가니쉬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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