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자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정작 여행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휴가 시즌인 3분기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투어 (69,100원▼ 400 -0.58%)는 3일 6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69%(8400원) 내린 데 이어 이날도 1.28%(900원) 떨어졌다. 모두투어 (22,650원▲ 50 0.22%)역시 이틀 사이 3400원이 하락해, 이날 2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투어는 이날 장중 한때 2만2350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4년 말 이후 4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 회사는 모두 지난 3월 말에서 4월 초 고점을 기록한 뒤 3개월째 내림세다. 하나투어의 주가는 지난 4월 고점 대비 약 44% 하락했고, 모두투어 역시 43% 내렸다.
이 같은 주가 부진은 예상 밖이다. 올해 2분기 인천공항을 통한 출국자는 818만명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주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올해 2분기(4~6월) 잠정 영업이익은 47억89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92%(9억원) 감소했다. 모두투어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45.63%(33억원) 줄어든 39억8400만원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여행업이 부진한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① 떠나는 건 젊은 층…이들은 돈 안되는 최저가 자유여행객
주가 하락의 직접적 요인은 패키지 상품 실적이 전년만 못하다는 점이다. 출국자는 사상 최대이지만, 대부분 돈이 안되는 자유여행객이었던 것이다.
패키지 상품은 여행사 매출의 핵심이다. 하나투어의 경우 2분기 패키지 상품 송출객이 7% 성장에 그쳤는데, 한 자릿수 성장은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7월 패키지 출국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9%(26만6801명) 줄었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8월 들어서는 전년대비 3% 정도 감소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투어 역시 올해 7월 패키지 송출객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9%(11만618명) 감소했다. 원형진 모두투어 홍보팀 차장은 “전년에 워낙 많은 인원이 해외로 떠나 역기저 효과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며 “8월 패키지 인원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소폭이 줄거나, 전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로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여행업에서 3분기는 휴가와 방학 등으로 인한 실적 정점 기간”이라며 “이 기간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가까스로 회복하는 정도로는 투자 매력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출국자는 많지만 이는 대부분 젊은 층 때문이고, 젊은 층은 대체로 자유여행을 선호한다”면서 “2030세대는 저렴한 항공편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② 얼어붙은 소비심리…중장년층이 더 타격
여행업 관련 소비심리 또한 하락세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조사하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여행비 지출전망은 지난 5월 98에서 지난달 96까지 계속해서 내렸다.
특히 여행사 주요 고객연령층인 중장년층의 여행비 지출전망이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겉으로는 출국자가 많아 여행이나 항공업 특수가 예상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은 경기 부진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구와 금전적 여유, 이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면서 “52시간제 도입으로 여행 욕구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월급 등을 고려하면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성만 애널리스트는 “불경기에 제일 먼저 줄이는 게 여행비용인 만큼 올해 경제 상황에 비춰 볼 때 연말까지도 여행업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원화 약세로 체류비용이 늘어난 것, 고유가로 인해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지는 것도 잠재적인 부담 요인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늘 여행을 다니는 사람에게 이런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행을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 쐐기 박은 자연재해
주요 여행지인 일본과 하와이 등의 자연재해가 2분기 실적에 타격을 준 것과 같이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이어지고 있는 홍수와 더위도 전망을 불안하게 한다. 하나투어의 주가는 올해 5월 4일 하와이에서 화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에 하루만에 11.25%(1만3500원) 하락했었고,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6.17%(6000원) 떨어진 바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여행사가 매출을 많이 올리는 상품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장거리 상품이 아니라 단거리 상품”이라며 “지금 아니면 못가는 지역도 아닌데, 굳이 지진과 홍수를 감수하며 여행갈 이유가 없다 보니 실적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8월에는 동남아시아 홍수가 문제가 되고 있고, 더위도 심해 여행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만원에 육박하던 모두투어의 주가는 3일 기준 2만2650원까지 하락했다.
증권사들은 2일 하나투어, 모두투어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투자의견을 밝힌 증권사 8곳 중 하나금융투자만 목표주가를 유지했고, 나머지 7곳은 하향 조정했다. 모두투어의 경우 투자의견을 제시한 7개 증권사 모두 목표주가를 내렸다.
이동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추석연휴가 9월에 있는데도 여행사 예약률이 낮다”며 “이는 여행업황의 부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황현중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볼륨 성장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작년 추석연휴로 인한 기저효과가 있어 송출객 부진은 몇 개월간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해외여행 수요의 구조적 성장세는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는 있으나 향후 이연된 여행 수요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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