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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세상

교착 국면마다 등장하는 트럼프·김정은 '친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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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네 번째 친서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냈다. 미·북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협상 재개에 촉매 역할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친서(親書) 정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9일 "김정은은 미·북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트럼프 마음을 붙잡기 위해 친서를 보내고, 트럼프는 어려운 국내 정치 상황 타개를 위해 친서를 활용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노스다코타주 파고에서 열린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서 자신의 정책 성과 리스트를 들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노스다코타주 파고에서 열린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서 자신의 정책 성과 리스트를 들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며 "이 서한은 어제 국경에서 건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편지는 나에게 배달되는 중이며 아마도 곧 보게 될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을 통해 자신을 신뢰한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듯 "나와 김정은 사이에 오간 수사(修辭)는 좋은 것들이었다"며 "그는 나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노스다코타주 파고에서 열린 정치 자금 모금 행사에서 자신의 정책 성과 리스트를 들어 보이며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내게 보낸 개인적 서한이 오고 있다”며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가 건네졌다고 말한 '국경'은 비무장지대(DMZ)"라며 "편지는 지난 6일 건네졌다"고 했다.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친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8일 "폼페이오 장관이 현재 편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를 볼 때 주말을 거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이번 친서에는 지난달 말 취소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재개를 요청하는 등 협상 재개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를 특사단에 언급했던 것을 거론하며 "아주 좋다(Nice, very nice)"고 했다. 그는 지난 6일 몬태나주(州) 빌링스에 열린 유세에서도 "나는 그(김정은)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네 차례다. 첫 번째 친서는 지난 6월 1일 미국을 방문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전달했다. 이 친서는 그 1주일 전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으로 무산 위기에 처한 미·북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랫배를 모두 가릴 만큼 큰 봉투가 외교가의 화제였다. 두 번째 친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월 초 방북 당시 받아온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트위터에 친서 전문을 공개했다. 세 번째 친서는 북한이 지난 7월 27일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보냈다.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 언급했던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 이행 방안을 이번 친서에 담았다면 미·북 후속 협상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조만간 다시 추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추가 비핵화 조치보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만 강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친서를 통해 종전선언 등 미국의 선제적 보상 조치만 요구했다면 미·북 간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