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다르다.”
A매치 데뷔 2연전 1승1무 ‘합격점’
성실·원칙주의·카리스마 등 눈길
내달 우루과이, 파나마와 평가전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새로운 리더’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23일 취임한 벤투는 한국 감독을 맡은 뒤 A매치 2연전에서 1승1무를 거두면서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 7일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완파했고, 11일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칠레와 0-0으로 비겼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벤투 감독이지만 ‘축구학자’란 닉네임을 붙여줘도 될 것 같다. 학자처럼 연구하고 준비한다. 아직 부임 초기이긴 하지만 축구밖에 모르는 성실함도 돋보인다. 한국에 머물 집은 서울이 아닌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의 한 아파트로 정했다.
일산에 집을 정한 이유는 사무실을 마련한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와 가깝기 때문이다. 약 25㎞거리인데 승용차로 2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머물고 있는 아내도 조만간 한국으로 건너온다.
주말인 지난 8일은 선수단의 공식 외출일이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과 코치진은 파주 사무실에 남아 영상 분석에 매진했다. 벤투 감독은 코스타 수석코치, 쿠엘료 수비 코치,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등 4명의 포르투갈 코치와 함께 한국에 왔다. ‘팀 벤투’는 늘 붙어 다니며 축구 토론을 한다.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칠레 전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코치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양광삼 기자
국내 선수의 한 에이전트는 “처음엔 포르투갈 코치진의 선수 시절 경력이 화려하지 않아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훈련 때 5대2 볼뺏기에 참여했는데 수준급 실력을 보여줘 깜짝 놀랐다”며 “포르투갈 코치진이 소집 이전부터 열흘 치 스케줄을 쫙 뽑아서 보내줬다. 그래서 선수들 사이에서 ‘뭔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칠레 전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한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양광삼 기자
벤투 감독은 축구장 안에서도 축구에만 신경 쓴다. 그는 A매치가 있는 날에도 양복 대신 대표팀의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는다. 오른쪽 가슴엔 그의 이름의 영문 이니셜 ‘PB’가 새겨져 있다.
벤투 감독 측근은 “벤투 감독은 평소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놀랄 만큼 많이 먹는 대식가다. 웃통을 벗으면 종합격투기 UFC 선수를 방불케하는 근육질 몸매를 갖고 있다. 평소엔 카디건과 청바지 같은 ‘스마트 캐주얼’을 즐겨 입지만 축구장에서는 축구 이외의 것엔 신경 쓰지 않기 위해 트레이닝복을 입는다”고 전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벤치 멤버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눈다. 골이 터져도 표정 변화가 없는 ‘포커페이스’다. 주장 손흥민(26·토트넘)은 한 인터뷰에서 ‘벤투 감독을 다섯글자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을 받고는 “카리스마짱”이라고 답했다.
벤투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다. 선수단 첫 미팅 때 한 팀이 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공표했다. 그는 “식사시간에는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다. 휴대전화를 만지는 대신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나눠라”고 강조했다. 또 “버스 이동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경기장까지 알아서 오라. 만약 내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도 버스는 출발한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식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루이스 나니의 전화벨이 울리자 휴대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건 유명한 일화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가운데)이 함께 선임된 코치진과 지난달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연합뉴스]
벤투 감독은 팀 미팅을 앞두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준비해 온 뒤 선수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가 강조한 5가지 단어는 ‘팀워크(Team-work)’ ‘신념(Conviction)’ ‘희생(Sacrifice)’ ‘자부심(Pride)’ ‘열정(Passion)’ 이었다. 각 단어에서 한 글자씩 빼면 ‘KOREA(대한민국)’가 된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에 평가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부임 초기엔 ‘신(God)’을 뜻하는 ‘갓틸리케’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선수들에게 패배의 원인을 돌리는 등 밑천이 드러나면서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4-2-3-1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통한 빠른 공격전개를 추구한다. 코스타리카에는 잘 먹혔지만, 남미의 강호 칠레의 압박에는 고전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의 데뷔전 성적은 100점 만점에 85~90점을 주고 싶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는 수비다. 비록 실점 위기는 있었지만 2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또 풀백-윙어-원톱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가 나왔다”며 "벤투는 포르투갈 대표팀처럼 실리를 취하면서도 경기에 대한 지배력을 강조하고 있다. 단, 세밀함은 다듬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 시절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중심으로 전술을 짰다. 호날두를 왼쪽 측면에 배치하고,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을 맡겼다. 유로 2012에선 4강에 올랐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선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호날두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벤투 감독은 한국대표팀을 맡은 뒤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기용하면서 호날두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황의조 등 원톱 공격수가 부진할 경우 ‘손흥민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술을 갖춰야 하고, 대표팀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이 있어야 대표팀에 뽑힐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머물고 있는 벤투 감독은 다음달 12일 우루과이, 16일 파나마와 평가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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