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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세상

신형 아이폰, 갤럭시 노트를 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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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노트에서 검증된 큰 폰에 펜이라는 검증된 취향을 애플이 채택한다면 어떻게 포장할지 궁금해진다. 


어느새 9월이다. 연례행사인 아이폰의 신작 발표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다른 기업들도 이 발표를 전후하여 언제쯤 제품 투입을 하는 것이 좋은지 기획단계에서부터 주판알을 튕기곤 하니, IT업계에서는 꽤 중요한 일정이다. 


 

아마도 둘째 주 전후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터인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아이폰 X(텐)의 생김새를 전라인으로 확장하여 크기와 가격에 다양화를 선보인다는 정도다. 아이폰은 지금까지 2년마다 큰 놈이 나오는 패턴이니, 올해는 쉬어 가는 한 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이패드 프로에서 선보였던 애플 펜슬이 대형 아이폰에 들어올 가능성을 두고 풍문과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에 선보인 화면 상단을 깎아 버리는 ‘노치’ 디자인은 이제 중국 업체나 LG는 물론 구글마저 유출된 픽셀 최신제품에서도 따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골적으로 애플을 베끼는 기업들의 행태에 뭐라고 한마디할 수 있는 기업은 이제 삼성밖에 남지 않았다. 과거 소송사태를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삼성이 여전히 삼성일 수 있는 이유는 그 이후로 대규모 양산품에 새로운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바로 갤럭시 노트의 존재가 삼성을 다른 안드로이드 하청 기업과 구분해 주는 계기였다. 



갤럭시 노트의 차별점은 당시로서는 기피 대상이었다. “누가 스타일러스 따위 원하죠? 어디론가 가버리고, 잃어버리고, 에잇”이라며 스티브 잡스가 빈정대던 펜이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당시는 PDA라 불렀던 정보 단말을 막대기로 꾹꾹 눌렀다. 아이폰이 개막한 스마트폰이란 이 시대와의 결별이었다. 또 한 손에 쏙 들어가는 3.5인치의 사이즈로 안정감 있게 한 손 조작이 가능했다. 갤럭시 노트는 무모해 보였다. 세월은 흘러 빈정댔던 큰 폰이나 스타일러스는 이제 아이폰 플러스와 아이패드 애플 펜슬이 되었다. 


애플에게는 특징적 전략이 있다. 한 박자 늦게 소비자의 취향에 완전히 검증된 것을 받아들이되, 동시에 타사와는 다른 강렬한 기술적 특이점을 조합하여 전체적으로 독창적 개성의 산물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지난 아이폰 X에서도 삼성이 수년째 써온 OLED를 이제야 탑재하면서도, 그 스크린을 오려내버림으로써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냥 오려내는 것이 아니라 오려내야만 하는 당위를 함께 풀어내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한다. 그렇기에 갤럭시 노트에서 검증된 큰 폰에 펜이라는 검증된 취향을 애플이 채택한다면 어떻게 포장할지 궁금해진다. 



이쑤시개같이 얇은 갤럭시 노트의 펜이 아닌 두툼하고 큼지막하여 휴대가 불편할 터이지만, 사연을 만들 것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갤럭시 노트 사용자들은 펜은 좀처럼 꺼내지도 않지만,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들도 실무에서 쓰는 애플 펜슬이기에 다른 이야기를 풀 수도 있다. 펜 하나 쥐어줬을 뿐인데,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엄청 달라지곤 하는 일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펜을 버리지 못한다. 회의 중 메모하기 위해 폰을 엄지로 꾹꾹 누르는 모습은 예의 바르지 않아 보일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수첩과 펜을 다소곳이 들고 있는 모습이 인류에게 학습된 경청의 자세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러한 사정을 애플이 모를 리 없다. 다만 그 모습이 갤럭시 노트처럼 되어버린다는 점은 참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가 준비 안 되었다면 올해 탑재는 미뤄질 것이다. 아이폰을 1년 만에 또 살 뻔했는데, 다행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