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9일 오전 4시경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검찰원의 신문실. 쉬쉐저(許學哲) 등 검찰관들은 붙잡혀 온 홍콩 사업가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자 극한의 고통을 줘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등 뒤로 수갑을 채운 두 손을 공중으로 힘껏 들어올리기를 반복했다. 두 다리는 앞쪽의 의자 등받이에 묶여 있었다. 검찰관들은 머리와 어깨를 눌러 피해자의 상반신이 다리 쪽으로 ‘접히게’ 했다. 이런 고문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30여 분간 계속됐다. 4시 반경 몸이 축 늘어졌다. 의식을 잃은 것이다.
홍콩 킴벌리호텔을 소유한 홍콩 부호이자 관영 중국중앙TV의 유명 사회자 류팡페이(劉芳菲)의 남편인 라우헤이윙(중국명 류시융·劉希泳)이 중국 검찰의 고문을 받던 중 사망했다. 홍콩 싱다오(星島)일보에 따르면 중국 공안의 검시 결과 라우헤이윙의 흉부 늑골 7군데가 골절됐고 눈과 코에 받은 압력이 더해져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우헤이윙에 대한 검찰의 고문 과정은 물론이고 사망 원인 등 사건의 전말은 올해 9월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9월 톈진(天津)시 법원에서 가해 검찰관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서 중국 공권력의 어두운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톈진 제1중급인민법원은 쉬쉐저 등 고문 사건 연루자 9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고문을 주도한 쉬쉐저는 15년형을 받았다. 고문에 가담한 검찰관 7명에게는 3개월∼11년형이 선고됐다. 팀장이었던 자오보중(趙伯忠)은 직무유기로 4년형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라우헤이윙이 왜 구금되고 조사받았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았다.
홍콩 인터넷 매체 펑황왕(鳳凰網)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기소장에 드러난 중국 옌볜 검찰의 고문 전말은 충격적이다. 라우헤이윙이 사망한 날은 구금된 지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2017년 3월 15일부터 19일 오전 4시경까지 4일간 쉬쉐저 등은 라우헤이윙의 두 다리를 앞쪽 의자에 묶어 놓고 두 손을 등 뒤로 해 수갑을 채운 채 신문을 진행했다. 눈가리개도 하게 했다. 3월 18일 낮 12시∼오후 2시 2시간 휴식 시간을 준 것 외에는 나흘간 계속 이런 상태로 방치했다. 밤에도 신문은 계속됐다. 테이프로 입을 막고 열쇠로 발바닥을 찔렀다. 변기 압축기로 코와 입 부위를 쑤시는 고문도 했다.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라우헤이윙은 1970년대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한 뒤 홍콩에서 창업해 영주권을 얻었다. 그가 2016년 11월 중국공상(工商)은행의 2억 홍콩달러(약 288억 원) 대출 사기 사건에 연루돼 체포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범죄 혐의를 받았더라도 피의자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고문당해 사망하고 사건의 전말조차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인권을 경시하는 중국 사법체계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라우헤이윙의 아내 류팡페이는 올해 4월 웨이보(중국의 트위터 격)에 “고통스러워 숨을 쉴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느낌을 가져본 적 있나”라며 울분의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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