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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의 세상

신촌세브란스병원 - 피자가게 화덕에서 튄 불씨가 화재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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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화재 사상자 ‘0’ 비결은

스프링클러, 초기 불 잡는데 큰 몫

병원 ‘코드 레드’ 즉각 대피 방송

간호사 “물 적신 휴지 코에 대라”


화재가 나고 2시간 이상이 흐른 3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매캐한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경찰은 피자가게 화덕에서 튄 불씨가 화재 원인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발화지점인 푸드코트 주변에는 병원 직원들이 둘러서 출입을 막고 있었다. 직원과 환자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의 복합상가 화재를 취재했던 터라 ‘또 참사가 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을 한 곳 한 곳 확인하면서 걱정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화재 발생 때부터 완전 진화 때까지 재난 대비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날 화재는 오전 7시56분에 발생했다. 정확히 3분 뒤 1.3㎞ 떨어진 서대문소방서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차들은 즉각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했다. 상황을 파악한 병원 측은 8시2분 화재 발생을 의미하는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309명의 환자(보호자 등의 방문자 제외)가 건물 안에 있었다. 8시4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지휘대는 곧 ‘소방 대응 1단계(인근 소방서와 장비를 동원)’를 내리고 건물 안을 수색하면서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일부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휴지를 물에 적셔 코에 대시고 계단으로 따라오라”고 안내하며 비상계단으로 대피시켰다. 

  


부인이 뇌종양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호사와 병원 직원, 출동한 소방관의 안내로 21층 옥상에 질서 있게 피신했다가 1시간10분 만에 병실로 무사히 귀환했다”며“소방관과 병원 직원 등이 100% 완전하게 대처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의 상황은 지난해 12월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의 복합상가 화재나 지난달 41명이 숨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다른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많은 인원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은 건물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가 화재 초기부터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바로 작동한 스프링클러가 초기 불길을 줄여 줬고, 구획별로 설치된 방화셔터가 자동으로 작동해 유독가스가 고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았다. 

  

제천의 복합상가는 화재 당시 검은 연기가 건물 안에 급속도로 퍼졌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방화문도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 때문에 탈출로를 찾지 못한 희생자들은 건물 안에서 “유리창을 깨고 구조해 달라”고 전화하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제천소방서 대원들도 이미 커진 불길과 연기 때문에 도착 후 30분가량 지난 뒤에야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5층의 중소병원이라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1층엔 방화문도 없어 2층 환자 중에서 사상자가 가장 많았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엔 지상층과 옥상으로 연결된 특별 피난계단도 세 군데 있었고, 불이 나자 자동으로 문이 열려 환자들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병원 측은 “매년 세 차례 실시하는 소방 훈련 매뉴얼에 따라 직원들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화재 당시 17층 병동에 있던 김모씨는 “간호사들도 비상계단이 어딘지 몰라 다들 우왕좌왕했다”며 “19층까지 올라갔으나 막혀 있어 더는 올라갈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타는 냄새를 맡으며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13층에 입원한 이모(여)씨는 “간호사들을 따라 계단으로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복도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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