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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저 '책'

[독후감]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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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1978년 서울 태생에 이화여대 사회학교를 졸업하고, 「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왠만해서는 '소설책'을 잘 안 읽는 편인데, 베스트셀러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얘기도 많이 들었고 독서에도 편식을 하면 안되는 관계로 읽게 되었는데, 2일정도(17.10.07~08) 짧은 시간에 쉽게 읽혀 신기했다.


책을 읽기 전, 들은 바로는 대한민국 여성을 대변하고 그 설움을 이야기 한다고 했다. 와이프도 대한민국의 여성이고 내 딸 아이 역시 훗날 한 여성이 될 것이기에 그들의 상황과 마음도 이해해보고자 책을 들었는데, 책을 덥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가 조남주 씨는 교양 프로그램 작가라는 자신의 이력을 살려 더 치밀하면서도 매우 자연스럽게 김지영 씨의 삶을 조명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1982년 태어난 여자 아이 중에서 가장 흔하고 흔한 이름이 '김지영'이였다면서 제목의 배경을 밝혔는데 결국 가장 보편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족관계로 보면 3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가족 부양의 의지가 없는 할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견져낸 할머니 고순분 여사는 아들, 손자 편애의 대명사이다. 지영의 남동생은 귀한 손자였고, 손녀인 지영씨는 감히 손자(지영의 남동생)의 먹을 것에 손을 댈 엄두를 못 냈다.

엄마 오미숙 여사는 위로 오빠가 둘인데 그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국민학교만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언니와 함께 공장에 취직한다. 이에 대한 불만은 없이, 으레 '딸들은 남자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인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김지영 씨'!!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여자 애들이 어쩌고 저쩌고~"라는 말로 시작하여 기준 이하의 대접을 받기 일상이였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학생들로 부터 곤욕을 치뤘으며, 집에서 조차 남동생에게 치여 살았다. 대학 동앙리에서는 남자들에게 치여 동아리 회장을 할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택시 운전사는 여자 손님인 지영 씨를 '태워준다'는 뉘앙스를, 면접관은 치근거리는 거래처 상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물어왔다.

비단 여성들은 말을 안하는게 아니라 할 수 없게 만들어 여자들의 자리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면서 지영 씨는 서서히 정신 이상자가 되어가고,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말하기 시작한다(친정 엄마가 됐다가, 남편 대학 선배가 되기도 함) 



증세를 상담받기 위해 상담 치료를 받으며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온 여자로써의 삶을 회고한다. 똑같은 조건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 포기해야 하는 일들, 과소평가 받는 일들이 표현되어 나온다.

그래서 남자인 나보다도 여성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 많이 아파하고 공감이 갈 것 같았다.


무심결에 넘겨 버렸던 일들 이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들에게는 몰랐던 상처들이 될 법한 것 들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 보면 왜 남자번호가 앞이고, 여자 번호가 뒤일까?

주민번호는 왜 남자가 '1', 여자가 '2'일까?

여자는 결혼해서 남편 형제를 '아가씨', '도련님' 이라 하고(노비가 주인댁 부르는 것처럼) 남자는 아내 형제에게 '처남,처제,처형'이라고 할까? 


그리 예민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무심코 넘겼던 사항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공감하고, 김지영의 아픔이 현실과 잘 어울리면서 개인적으로 먹먹함까지 느껴는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였다.


그 와중에 남편 정대현 씨는 나름 멋진 남자가 아니던가~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순 없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나 하고 싶은거 하면서 너 하고 싶은일 못한게 하는걸로 모자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라고는 못하겠다."

감정이입이 되면서 순간 울꺽했던 대목~


그렇다 여자는 위대하다.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아빠 대신 엄마의 성을 따라 아이의 성을 정했다는 사례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일단 들었다면 나조차도 '집안에 무슨 일이 있나?' 라고 생각할 것 같으니 말이다.


얼마전 '알쓸신잡'에 보니 '호주제'는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모계 쪽의 미토콘드리아(에너지 만드는 곳)에서 mRNA가 계속 전해져 내려오기에 부계보다는 모계를 추적하는게 더 과학적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앞으로 나의 사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내 주위의 여성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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